5년차 이상의 개발자 분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음과 같아요.
* 용기를 내서, 더 좋은 조건에서 개발할 수 있도록 이직에 도전하세요.
갑자기 무슨 소리냐구요? 쉽게 말씀드리면 '용기를 내서 자신의 캐리어를 경쟁력있게 관리하고 이를 발판으로 기회가 되면 더 좋은 회사로 이직을 준비하라'는 말씀입니다. "왜 갑자기 이런 소리를 하는지"라며 의아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제부터 이야기를 풀어 보겠습니다.
회사에 불만을 품은 개발자들
책을 출간하고 나서 여러 개발자들과 교류를 하게 되는데요. 저보다 나이가 많던 적던 여러 개발자들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느끼는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자신이 다니고 있는 회사에 불만을 품고 있다"라는 점입니다. 처음 만나면 어색한 분위기에서 커피를 한잔 마시면서 기술적인 이야기를 주로 하는데, 시간이 지나 술이 들어가면 진지한 속 마음을 들어내는데요. 대부분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부서나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합니다. 어떤 분들은 회사 자랑을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합니다. 한도 끝도 없이 회사 욕을 하는 경우가 많죠.
"회사에 비전이 없다"는 기본이고 "매니저가 돌대가리다"는 불만을 서슴치 않고 표출합니다. 특히 관리자들이 얼마나 멍청한지에 대한 스토리는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개발자의 불만은 해수욕장의 모래와 같이 한도 끝도 없지만 개발자의 가장 중요한 캐리어 관리 측면에서 불만의 내용은 크게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어요.
* 개발자로써 전혀 발전이 없다.
* 연봉이 낮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비전이 있고 리더쉽이 있는 매니저와 실력이 뛰어난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실 이는 개발자의 캐리어에 핵심 요소는 아니거든요. '실력'과 '연봉'이 개발자 캐리어를 관리하는데 가장 중요한 척도인 것 같습니다. 이 밖에 개발자에게 더 중요한 게 있을까요?
기술적인 발전이 없는 개발하는 하는 경우
많은 개발자들이 현재 개발을 하면서 기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불평을 합니다. 틀에 밖힌 개발을 하는 것이죠. 소프트웨어는 분야가 넓기 때문에 구체적인 예시를 들기는 좀 어려운데요. 기계적으로 깃 머지를 하거나 손머지 혹은 다른 업체가 개발한 소스를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해서 테스트를 돌리는 작업이 예시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에게 워라벨이 어떠냐고 물으면, 대부분의 경우 워라벨은 만족스럽진 않지만, 그나마 참을만 하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주말 특근을 전혀 안 한다"거나, "야근을 하지 않고 7~8시면 퇴근할 수 있다"를 들 수 있겠네요. 그럭저럭 워라벨은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개발자로써 기술적인 발전이 없는게 문제입니다. 틀에 밖힌 기계적인 개발 업무를 지속하니 보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죠. 그래서 퇴근을 할 때가 되면 뭔가 불편함을 느끼며, 가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듭니다.
* 개발자로써 도태되는 것 같고 실력도 거의 늘지 않는데 회사 밖에서는 개발자로써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심리적으로 모기를 물렸는데 약간 가려운 느낌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느낌이 들면 가끔 비슷한 불만을 갖는 동료들끼리 술을 한잔합니다. 술을 마시면서 동료들이 자신의 불만을 들어주면 동질감을 느끼면서 뭔가 후련한 느낌이 듭니다. 수다를 떠는 순간만큼은 이런 불만과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불안감과 불만을 갖고 불만이 있는 업체에서 계속 개발을 한다"라는 겁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 바로 이런 불안감과 불만은 참을만 한 수준이기 때문이죠.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의 불만은 아닌 겁니다. 그러면서 "그래, 모든 개발자들의 나와 같은 패턴의 개발을 할꺼야",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되는 거지"라면서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결국, 기술적인 발전이 없는 개발 업무를 하면서 3~5년 동안 계속 같은 회사에 다니거나 비슷한 패턴의 일을 하는 회사로 옮겨서 같은 패턴의 프로젝트에 투입돼 개발을 합니다. 그러다가 보면 나이는 어느 새 40대가 됩니다.
연봉이 낮다는 불만을 가진 개발자
다음으로 개발자들이 많은 불만을 품는 이유는 '연봉이 낮다'라는 점입니다. 연봉이 낮다는 불만을 표출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보면, 대부분의 개발 업무의 난이도가 낮은 경우가 많습니다. 왜나면 그 분들이 스스로 자신이 하고 있는 개발 업무의 난이도가 낮다고 말하거나, 개발 업무의 내용을 들어보면 저도 그렇게 느낄 때가 많거든요. 물론 자신이 연봉을 낮게 받는다고 느끼는 개발자들의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이런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연봉이 낮은 개발직의 경우 대부분 기술적인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개발을 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업계에서 가장 어렵고 도전적인(cutting edge) 난이도의 프로젝트를 해당 IT 업계 기준으로 낮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가 리딩한다"라는 뉴스를 들어본 적이 있나요? 아마 많지는 않을 겁니다. 실력있고 포부가 있는 개발자들은 무엇인가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의 경우 높은 연봉을 주는 IT 업체로 몰리기 마련입니다.
아무튼 낮은 연봉을 받는 개발자들은 항상 연봉을 낮게 받는다는 불만을 가진채 개발을 합니다. 꾸역 꾸역 불만을 품은 채 계속 회사에 다닙니다. 물론 워라벨에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참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이런 불만을 상쇄할만한 좋은 핑계거리가 생깁니다.
* 그래, 워라벨이 중요하지 돈을 많이 벌면 뭐해?
* 가족과 함께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게 중요한 거야.
가끔은 때로는 낮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워라밸이 좋아서 틈틈이 공부할 여유 시간이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조건을 잘 활용해서 열심히 자기 개발을 하는 개발자도 물론 존재합니다. 하지만 워라벨에 만족한 채 자기 개발을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캐리어 관리를 안하는 개발자의 최후: 희망퇴직
이런 상태로 계속 개발을 하다보면 어느 새 40대 초반의 나이가 됩니다. 경력은 쌓이는데 나이만 먹지 실력은 풍선에 있는 바람이 빠지듯 서서히 떨어집니다. 스스로 자신에게 개발자로써 실력이 없다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게 됩니다. 회사의 매니저들은 이를 기가 막히게 잘 알아차립니다. 40대 초반인 이런 부류의 개발자를 보면 투명 완장을 채워 관리를 같이 하면서 개발을 시킵니다.
문제는 IT 업계는 생각외로 변화가 심하다는 사실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합니다. 이런 부류의 40대 개발자들은 지금까지 다니던 회사가 적자를 본다던가 사업 구조 개편을 하면 '정리 해고'나 '희망퇴직'의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근에 사실 상 강제 희망 퇴직 대상이 된 개발자를 직접 만나 그들의 눈물과 고통으로 얼룩진 분노의 넋두리를 듣게 됐습니다. 폐암 말기 환자가 피를 토하면서 절규를 하듯이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욕하기도 합니다. 안타까운 현실은 이 분들은 그냥 버티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대처할 게 없다는 것입니다.
희망퇴직이나 lay-off의 대상자가 된 분들은 고속 터미널 휴게실에서 아끼던 지갑을 잃어버렸거나, 길가다가 누구한테 싸대기를 한 대 맞은 듯한 표정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 몰리는 퇴물 개발자들은 회사를 원망합니다. "난 개발을 하고 싶은데 왜 관리까지 시키냐?", "회사가 너무 악독하다. 왜 강제로 희망 퇴직을 시키냐?"라면서 불만을 표출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을 해봅시다. 개발자는 다른 회사에서 좋은 조건의 오퍼가 있으면 대부분 회사를 그만 둘 자유가 있습니다. 개발자를 자기 마음대로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데, 왜 회사는 개발자에게 고용을 "반드시" 보장해야 하나요? 세상에서 자기가 보고 싶은 부분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실력을 키우지 않아 회사에서 버림 받는 개발자들의 최후는 비참합니다. 지금 회사가 안정적이고 만족할만한 연봉을 받는다고 해서 개발 역량을 유지하는 걸 게을리하면 이런 운명에 처하게 되는 겁니다.
만약, 자신의 개발 캐리어를 꾸준히 관리해 경쟁력을 유지했다면,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요구해도 그리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 겁니다. "위로금 받고 보름 정도 여행 좀 하다가 다른 회사로 가지"라고 생각하겠죠.
결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다음과 같습니다.
* 개발자로써 무엇인가 불만이 생길 때, 자신의 개발 능력을 키우는게 중요합니다.
* 앞으로 경쟁력 있는 연봉을 받을 수 있거나 기술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는
지금보다 더 좋은 조건에서 개발할 수 있게, 캐리어를 관리하는게 중요합니다.
개발자 분들, 용기를 내서 계속 도전합시다!
Written by <디버깅을 통해 배우는 리눅스 커널의 구조와 원리> 저자
'리눅스 시스템 개발 스토리 > 임베디드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IT 에세이] 인센티브에 양과 같이, 앞을 못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 (0) | 2023.05.11 |
---|---|
[IT에세이] 가서는 안되는 막장 IT 업체의 특징 (0) | 2023.05.11 |
임베디드 리눅스 개발을 잘하기 위한 마인드와 태도[1] (0) | 2023.05.11 |
[임베디드 리눅스] 취준생: 시스템 개발자가 되기 위해 어떤 실무 지식을 알아야 할까? (0) | 2023.05.11 |
[IT] 꼰대 개발자가 되는 이유[1]: 경험치로 먹고 산다 (0) | 2023.05.11 |